임성순 작가의 『잉여롭게 쓸데없게』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로, 40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책입니다. 1976년생인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대학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80년대와 90년대를 경험한 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책의 구성과 내용
『잉여롭게 쓸데없게』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 시대의 문화적 요소들을 절묘하게 엮어낸 에세이입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년 시절의 추억
작가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80년대 어린이들의 일상과 놀이 문화, 그리고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삐삐 인형, 붕어빵, 떡볶이, 삐삐롱스타킹, 요술공주 세리 등 당시 유행했던 장난감, 간식, 만화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
90년대 중후반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음악, 패션, 그리고 대학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룹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인한 문화적 충격, 힙합 문화의 유입, 그리고 PC통신과 초기 인터넷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성인이 된 이후의 일상
2000년대 초반,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경험들이 담겨 있습니다. 첫 직장 생활, 연애, 그리고 점점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책의 매력
『잉여롭게 쓸데없게』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잉여로움'과 '쓸데없음'에 있습니다. 작가는 당시에는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혹은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을 되살려내며 그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발견합니다.예를 들어,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딱지치기'나 '공기놀이'같은 놀이들, 혹은 대학 시절 밤새 친구들과 나눴던 실없는 대화들이 지금 와서 보면 그 시절을 가장 잘 대변하는 추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합니다.또한, 작가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합니다.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고, 때로는 가슴 한편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읽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듭니다.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요소
『잉여롭게 쓸데없게』는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을 넘어서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사회와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타임캡슐 같은 역할을 합니다.80년대의 경우, 컬러 TV의 등장,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등 굵직한 사회적 사건들과 함께 어린이들의 일상 속 변화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90년대에는 대중문화의 급격한 변화, PC 통신의 등장, IMF 외환위기 등이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서술됩니다.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단순히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통해 재해석되어 제시됩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작가의 문체와 서술 방식
임성순 작가의 문체는 담백하면서도 유머러스합니다.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면서도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오래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특히 작가는 사소한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80년대 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과자의 맛과 향, 90년대 중반 PC방에서 들리던 키보드 소리, 2000년대 초반 직장인들의 패션 등을 생생하게 묘사해냅니다. 이러한 세밀한 묘사는 독자들의 기억을 자극하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의 의의와 독자들의 반응
『잉여롭게 쓸데없게』는 출간 이후 30대 후반에서 40대 독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잊고 있던 추억들을 되살리는 경험을 했다고 말합니다.특히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미화하거나 그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의 경험들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어왔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당시에는 쓸데없어 보였던 경험들이 사실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입니다.또한 이 책은 개인의 추억을 넘어 한 세대의 집단적 기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처럼 '잉여롭고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에서 자주 잊혀지는 '여유'와 '무의미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소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잉여롭게 쓸데없게』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